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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소개/칼럼, 인터뷰, 강의

청년들이 희년을 경험하는 교회 (‘희년마을기금’ 운영하는 예수마을교회 장승익 목사)



[인터뷰] 청년들이 희년을 경험하는 교회
[319호 커버스토리] ‘희년마을기금’ 운영하는 예수마을교회 장승익 목사·이파람 전도사
[319호] 2017년 05월 24일 (수) 15:55:51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 장승익 목사 ⓒ복음과상황 이범진

서울 행운동에 위치한 예수마을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청년부를 대상으로 ‘희년마을기금’ 운영을 시작했다. 청년부원 중 어느 누구라도 급히 돈이 필요하면 1인당 한 달에 50만 원 한도(연 600만 원) 내에서 희년마을기금을 신청할 수 있고, 교회는 별도의 심사 없이 즉시 무상으로 지원한다.

서울대학교 인근에 위치하여 청년들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예수마을교회는 설립한 지 올해로 18년이 됐다. 일반부 80-90명, 청년부 40명, 영유아·청소년 70명 정도의 교인이 출석한다. 일반부 성도 대부분이 청년 시절부터 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온 것이 특징이다. 희년마을기금은 청년들의 필요와 전 교인의 물심양면 후원으로 시작되었으며,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정관을 만들었다. 정관상 정기 총회 및 가족회의에서 매년 담당 교역자가 기금 운용 상황을 보고하며, 회계 및 감사에 관한 사항은 교회 정관을 따른다.

기금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열 번의 신청과 지원이 있었다. 부임 초기부터 ‘예수, 희년, 하나님 나라’를 목회 중심에 둔 장승익(53) 담임목사는 희년마을기금에 대해 “우리 교회 특성을 살린 희년 실천의 일환”이라고 했다. 장 목사와 청년부 담당 교역자인 이파람(36) 전도사에게서 희년마을기금 이야기를 들었다.


― 교회 자체적으로 청년층에 특화된 ‘희년마을기금’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장승익(장): 작년 12월부터 시작되고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그래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망설였는데, 부족하더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교회들이 혹시 참고할 만한 내용일지도 몰라 응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금의 수혜 대상은 등록 청년 교인입니다. 운영은 희년마을기금 정관에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특히 이 정관은 청년들이 토론을 거듭하여 만들었습니다. 초안을 놓고 거듭 논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서로 문제제기를 하고 또 토론하는 모습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이파람(이): 목사님 말씀처럼 희년마을기금 정관은 위에서 계획하고 하달된 것이 아니에요. 청년들이 비슷한 경험에서 겪는 불편함과 어색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정관을 만들고 토론을 거쳤습니다. 예를 들면, 보통 비슷한 기금들을 신청하면서도 내가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어렵고 가난한지를 평가받아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잖아요. 얼마나 괴로운 일이에요.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청년들이 함께 정관을 만들었지요. 청년들의 이러한 마음과 전 교인들의 희년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시작되었어요. 청년들에 의해 앞으로도 더 보완되고 확대될 수 있고요.


― “희년에 대한 공감대”라고 하셨는데요.
장: 이 기금의 목적이 ‘예수, 희년, 하나님 나라’예요. 우리 교회 공동 비전이지요. 제 목회 철학이자 우리 교회 연구소 이름(예.희.하 연구소)이기도 해요. 막연히 희년이라고 하면 ‘난 토지가 없는데’ ‘난 돈도 없는데’ ‘내가 누구를 노예 삼았나?’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어려운 개념은 아니지만 오늘 이 땅에서 희년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처음엔 감이 잘 안 오는 게 사실이에요. 저도 목회 초기에는 10주 정도 시리즈로 예수, 희년,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설교했지만 성도들에게 피부로 잘 가닿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몇 년 전부터 희년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매년 희년실천주일로 지키기도 하지만, 일상에서의 희년 이야기를 많이 해요. 감사하게도 많은 교우 분들께서 예수, 희년, 하나님 나라라는 목회 원리에 동의해 주시고요.


― 지금 우리에게 희년이란 무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장: 결국은 사회적 약자에게 해방을 주는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한국 사회는 지금 빈부의 격차가 극심하지요. 희년을 실천하려면 이 시대에 교회가 청년,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탈북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어야 합니다. 더 나아간다면 사도 바울이 로마서에서 거듭 지적한 에피투미아(ἐπιθυμία), 우리 안에 잠재하는 욕망을 들여다보아야 하고요. 항상 돈에 관심이 많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싶어 하는 우리 안의 본능 말이지요. 희년을 실천하는 것을 고민하지만, 우리에겐 언제나 우리 욕망을 채우려 하는 본능이 공존하니까요. 이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 이파람 전도사 ⓒ복음과상황 이범진

― 욕망을 말씀하셨는데, 교우들 중에 청년에게 조건 없이 돈을 지원하는 데 반대하거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분은 없나요?
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저와 목사님, 청년부장님 이렇게 세 명이 기금운영위원인데 아직 그런 말씀을 하신 분은 없었어요. 기금 관리의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점이기도 하지만, 목사님이 말씀하신 희년 정신을 기본으로 하면, 우선 청년들을 믿음으로 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을 전제로 해야 하지요. 정관에 나와 있다시피, 희년마을기금 신청은 본인 스스로 이런 저런 기도 제목을 나누는 것 외에 얼마의 신청 액수만 위원에게 요청하면 되는 시스템이에요. 교회가 먼저 청년들을 신뢰하고, 그 바탕 위에서 청년들도 교회를 신뢰할 수 있어요. 목사님이 계속 강조해오신 성경의 희년 정신과 희년마을기금의 열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회 공동체성의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도 점점 더 개인적이 되어 가고, 교회는 더욱 신뢰를 잃어 가는 시대에 청년이 명백한 사회적 약자라고 보는데요. 교회가 먼저 그러한 청년들을 품고 신뢰한다면, 청년들이 다시 교회에 믿음을 갖게 되어 교회의 청년부 공동체성이 회복되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장: 설령 도덕적 해이의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꾸고자 하는 자들에게는 일단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속는 줄 알면서도 돈을 꿔준 적이 꽤 있어요. 대학생 때부터 돈 필요한 사람한텐 일단 있는 만큼 주고 봤거든요. 더군다나 우리 교회 성도들은 한 가족인데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물질의 경우 이 방식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일반부와 청년부가 한 몸을 이루면서 같이 성장하는 데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런 분위기가 한국교회 전체에 공유되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악의 힘이 꽤 큰 것 같습니다.

― 청년들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기금 같네요.
장: 비슷한 장치를 두고 있는 몇 교회의 정관을 찾아보니 금액이 더 적고 어느 정도 조건들이 있었어요. 우리는 기금 사용을 청년으로 한정하는데, 사실 청년들은 언제라도 돈이 급히 필요할 수 있거든요. 저와 전도사님이 청년들의 개인적인 형편을 알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공부중인 학생도 있고, 때론 집의 월세 내기도 벅찬 경우도 있어요. 만약 당장 내일까지 돈이 급하게 필요한 청년이 있다면, 언제 서류를 작성해서 신청하고 심사를 기다리겠어요. 희년마을기금은 요청이 오면 두말없이 바로 지급합니다. 1인당 한 달에 50만 원, 1년에 최대 600만 원으로 제한을 두고 있고, 초과 금액의 경우는 청년부 전체회의를 거칩니다. 물론 기금 이용 후에 당사자 개인 상황이 나아지면 상환해서 다시 기금을 채울 수 있지만, 그걸 강요하거나 독촉하지 않습니다. 자율에 맡겨두는 거지요. 청년들의 팍팍한 현실 속에서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극단적 선택으로 몰리기도 하는데, 절박한 필요를 채워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는 성경의 희년과 오늘날 우리 일상을 연결 지을 때 결국 돈과 건물로 좁혀진다고 봐요. 당장은 희년마을기금의 운영을 청년들로 한정하고 있지만 형편이 된다면 전교인으로 확대할 수도 있겠지요.


― 기금은 어떻게 조성되었나요?
장: 우리 교회가 청년 중심으로 세워진 특성을 갖고 있어요. 전임자인 이승장 목사님이 기독청년대학생운동을 하시기도 했고, 청년 목회를 하셨던 분이거든요. 교회 어른들이 청년들에게 늘 관심이 많습니다. 작년 11월 마지막 주에 기금을 마련하려고 청년들이 주최를 해서 바자회를 가졌는데 생각한 것보다도 많은 돈이 모였어요. 교인들이 물건도 많이 사주시고, 기금 계좌로 후원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제 목회 지침 중 하나가 헌금을 강조하지 않는 것인데도, 성도들이 기금으로 헌금도 많이 하셨고요.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었지요.


―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성도들이 많은가요?
장: 우리 교회에는 부자도, 사업하는 분도 거의 없어요. 제가 이 교회 오고서 교인들 사정을 다 파악하지 못했을 때, ‘여러분 가운데 집을 두 채 갖고 있는 분은 한 채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시라’고 설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설교 후에 몇 분이 저에게 와서 “목사님, 우리 교회에 그런 부자 없습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실 돈의 여부보다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 시기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불필요한 혼란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 교회는 작년 말, 희년마을기금을 시작했던 그때가 이런 일이 시작되기에 무르익었던 시점 같습니다. 희년을 중점으로 두고 목회해왔고, 예.희.하. 연구소 세미나에도 교회 어르신들이 늘 관심을 가져주셨거든요.

이: 희년마을기금은 청년들 안에서 먼저 발생한 이슈기도 해요. 교회가 외부 선교와 구제는 익숙하게 많이 하는데, 그러는 사이 정작 어려움을 겪는 공동체 구성원에 대해서는 구제의 손길을 뻗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서로 대략 형편은 알고 있는데 직접 도와주려고 하다가 오히려 실수하거나 오해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희년마을기금은 사랑의 통로가 되었어요. 기금 마련을 위해 바자회를 하고 정관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청년부 모두가 서로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 좋은 자극이었어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시작하고, 어른들에게는 청년들을 공식적으로 도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서로 기쁨으로 함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것이 우리 공동체에서 사랑을 선순환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지요.


  
▲ "비슷한 기금들을 신청하면서도 내가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어렵고 가난한지를 평가받아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잖아요. 얼마나 괴로운 일이에요.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청년들이 함께 정관을 만들었지요." ⓒ복음과상황 이범진


― 교회가 일심동체네요.
장: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우리 교회 성도들이 정말 괜찮은 분들이에요. 청년부도 일반부도 참 건강한 분들이지요. 목사가 집도 팔라고 말하고, 예언서 말씀을 그대로 다 설교해도 성숙하게 소화하시는 것 같아요. 다른 교회의 동료 목사들 중에는 예언서 설교를 하면 성도들로부터 ‘그런 설교 하지 말라’거나 ‘종북좌파 아니냐’라는 말을 듣는다더군요. 교회에서 그런 말이 나오면 예언서 설교하기가 쉽지 않지요. 예수님의 삶을 보면 그렇게 급진적인 분이 또 없는데 말이에요. 교회 안에서 복음의 핵심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은 정말 문제입니다. 우리 교회에도 제가 예언서 설교를 하고, 다소 비판적인 설교를 하면 때론 개인적으로 불편하게 느끼는 성도도 있겠지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스로 성숙하게 소화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아요. 한 가지 아쉬운 건, 희년마을기금 신청에 대해 우리 청년들이 스스로 너무 숙고하는 건 아닌가 싶은 부분이에요. ‘나 같은 사람이 기금을 신청해도 될까’ 하고요.

이: 청년들이 기도하고 고민하며 시작된 기금이기에 청년부에서 누구든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편하게 신청하고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더 넓게 형성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우리 청년부 공동체를 모두가 더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물론 제가 당사자라고 해도 기금을 사용할 생각을 하면 미안한 마음,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럼에도 필요한 청년들에게 사용될 목적으로 마련된 기금이니 편히 사용하고 희년의 정신을 품으며 감사할 수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꽤 걸리겠지요. 그렇게 자신이 속한 신앙 공동체에서 희년의 좋은 경험을 간직한다면, 그것이 씨앗이 되어 이후 어디서 어떤 영역에서 생활하고 일하든지 희년의 열매가 맺힐 것이고 그게 하나님 나라를 드러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 희년마을기금이 청년들이 공동체성을 경험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을까요?
장: 그럼요. 할 수 있다면 공동생활 건물도 제공하고 싶습니다. 교회들이 하면 좋을 텐데요. 교회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웃들이 무료로 혹은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렇다면 학생들의 경우에 한창 때 자기 비전을 갖고 교회 안에서 그들이 건강한 사회인이자 신앙인으로 성숙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청년들이 사회적인 정의를 세우는 일에는 다들 모이기를 잘하거든요. 동시에 희년마을기금을 통해 교회 안의 다른 지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기회가 될 수 있겠죠. 서로에 대한 친밀성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도구라고나 할까요? 시대와 현실의 한계도 있겠지만, 청년들이 다양하게 꼭 공동체성을 경험하면 좋겠어요. 얼마 되진 않았지만 희년마을기금을 운영하며 겪는 교회 전체 분위기는 참 고무적이에요.

― 청년들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우선, 저 자신도 우리 시대 청년들의 한계, 시대의 한계를 보면서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도 예수를 바라보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예수 그리스도에 집중하고 깊이 바라보고 묵상하세요. 어떤 사람 혹은 목회자가 아니라 예수를 직접 바라보는 것이지요. 저는 예수의 삶을 묵상하면서 희년을 발견하고 장애인 사역을 결심하고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청년들도 예수를 통해 자기만의 비전을 발견하게 될 거에요. 그러면 그 청년들이 모인 공동체 안에서 주위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더욱 바라보게 될 것이고, 우리 교회를 떠나더라도 어떤 곳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예수가 원하시는 방향으로 삶을 걸을 수 있을 거예요. 헤매더라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복음과 상황 / http://www.gos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970